여행과 답사/불문사 대마도답사

불문사 대마도답사(1) 출항, 그리고 대마도의 중심, 이즈하라

북쪽의완행열차 2018. 12. 5. 22:58

2018년 11월 17~18일, 본인이 수업을 듣는 불고문화해설사(이하 불문사)에서 대마도에 간다고 했다. 그것도 1박2일로 종주!!! 전생에 야생마로 추정되는 본인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콜을 외치고 부모님과의 쇼부 끝에 가게 되었다. 대마도가 그렇듯이 선박, 그것도 큰 선박이 아닌, 고속선이라 불리는 중소형 배로 간다. 그러면 이제 본편을 시작한다.



잘 안보이지만 일본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이다.


자주 그렇듯이 일찍 도착한 탓에 가볍게 한바퀴 둘러보고 집결시간이 되자 같이 수업을 듣는 선생님들이 한분 두분 오시고 가이드까지 접선한 후에 출국수속하러 ㄱㄱㄱ. 이제 떠난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하지만 배 타기 전에 할 일이 있었으니...... 바로 도시락 부수기. 중형 쾌속선의 특성상 환기가 잘 안되기 때문에 염치를 불구하고 도시락부터 먹었다.


이제 배를 타러 가즈아~~~~


근 4년만에 타는 오션플라워호. 이번에는 대마도의 남쪽에 있는 이즈하라를 향해 간다.


오전 11시, 워터제트 특유의 엔진음을 내면서 가볍게 부산항을 출항한 배는 물살을 가르며 대마도를 향해 나아갔다. 물론 휴대전화는 중간부터 불통, 일본에 인접하니 전파가 와리가리..... 이날따라 바다가 잔잔해서 그런지 멀미약 안먹고 무사히 왔다.


약 2시간의 항해 끝에 도착한 이즈하라항. 내일은 대마도 위쪽의 히타카츠에서 타게 된다.


일본을 여러 차례 드나들다보니 상륙허가(일본은 섬으로 되어 있어서 입국심사 대신 상륙허가라고 합니다.) 받는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참고로 내가 같이 갔던 일행들 가운데 4번째로 빨리 나왔다는..........


이틀간 발이 되 줄 버스.......


그리고 기사님. 내가 이것저것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다. 참고로 저 버스...... 나중에 제원을 보여주겠지만 상당한 물건이었다.


일본 교통카드 가운데 하나인 이코카(ICOCA - JR서일본에서 만든 선불형 교통카드로 일본 대다수의 지역에서 사용이 가능함)를 충전하려고 했으나 충전소가 없다고 하면서 외국인인 내가 일본 교통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을 도리어 신기하게(?) 생각하셨다. 내가 일어로 자유롭게 대화한 후에 같이 나온 선생님께서 생각보다 일어 잘한다고 하셨다. 솔직히 말하지만 영어보다 일어가 더 편하다. 이런 美親.........


이즈하라 여객선 터미널.......... 부산과 비교했을 때 진짜 낙후되었다. 마치 시골 어느 섬의 터미널을 보는 듯한(근데 일본 입장에서는 시골 맞잖아???)


버스를 타고 잠시 가나 싶던만 시청앞에서 내리라고 해서 내렸다. 그러고 나서 보니 웬 공사현장인가 했던만 알고보니 대마도 역사박물관(?)을 만드는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산 중턱 유심히 보도록!!!!


분명히 풍경은 일본인데 주변에서 들리는 언어는 한국어구나. 여기가 한국인가 일본인가 모르겠도다......


이게 제법 물건인데 바로 옛날에 이즈하라 성의 성벽 위에 지금의 담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같으면 벌써 그 위에 공구리 바르거나 없어졌을 법 한데 옛 것의 위에 새로운 것을 올렸다는 점에서 일본의 합리성에 다시금 감탄을 하게 된다.


야옹아 왜 그렇게 힘이 없느냐??? 나도 그렇지만 우리는 가진 게 없단다.


금석성이라 불리는 성의 성문. 이 곳 뒤에 한국과 관련된 아픈 역사가 있다.


왼쪽에 있는 돌비석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대한제국의 마지막 옹주인 덕혜옹주와 대마도 영주 가문의 소 다케유키의 결혼을 축하하는 결혼 기념비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가운데 선글라스 낀 남자가 이번 여행의 가이드였다.


당시 역광에 급하게 찍다보니 사진이 이따위로 나왔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한 장 올려본다.


산 중턱을 자세히 보니 옛 성의 흔적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었다. 그 말은 옛날에 이즈하라 성이 산 중턱에서 밑에까지 에워싸는 형태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대마도와 관련되서 불미스런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마트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거나 식당이나 몇몇 장소에서 한국인을 받지 않거나........ 금석성 인근에 한국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 한 곳 있는데 원래는 사찰이었으나 한국인이 하도 들이닥치자 유스호스텔로 변경 한 후에 숙박객 이외의 사람은 안받는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불편했으면 하는 생각에 죄송하다고 정중히 인사를 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팔번궁 신사였다. 한국에는 곳곳에 교회가 있듯이 일본에 가면 곳곳에 신사가 있다. 이 신사에 대해서도 한쪽에서는 잡신을 섬긴다고 하는데........ 사실 알고보면 한국도 성주신이니 조왕신이니 하는 신들이 많지만 가택신 내지 수호신이 대부분인 반면, 일본의 신사는 우리로서는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전범까지 모실 정도로 그 대상이 너무 넓다.


신사에 가기 앞서 잠시 설명을 듣고 있다. 뒤에 보이는 도리이가 이곳이 일본임을 말 없이 알려주고 있다. 서서 설명하시는 분이 내 대학원 전우이자 불문사 수업을 진행하고 계시는 이경란 선생님이시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시는지 금방 끝날 거 같으면서도 은근히 안끝나서 옷을 얇게 입은 나로서는 큰 곤욕을 치뤘다.


일본 신사에 오면 한국인은 대번에 표가 난다는 말이 있다. 바로 약수인 줄 알고 마시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때도 강의를 듣던 도중에 한국인 몇몇이 물을 마시려고 했다가 같이 갔던 일행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아래에 그 순서를 간략하게 적는다.

먼저 물을 뜬다. 양 손을 번갈아 가며 씼은 다음에 입을 헹군다. 이 때 몇몇 사람들이 꼼수를 써서 일부는 마시고 일부만 헹구는데......... 제발 그러지 좀 말자.... 일본에 왔으면 일본의 법도를 따르고 정 못하겠으면 문화체험 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팔번궁 신사는 이즈하라 중심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규모에 비해 나무가 울창한 편이었다.


팔번궁 신사의 본전. 깃발이 뒤집어졌지만 일본의 전통 행사인 시치고산(七五三)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신사의 묘미인 오미쿠지. 우리 식으로 하면 운세인데 백엔에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 적힌 말은 늘상 그렇듯이 조심하고 경계하고 신의 음성을 들으라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일본 신사에 갈 때면 어김없이 오미쿠지를 한 개씩 뽑곤 하는데 대부분이 吉계통이다. 과연 凶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여서 몇몇 사람들은 凶이 나오면 오히려 재수가 좋다고 한다.


다음으로 간 곳은 일본 최초로 춘향전을 소개한 문학인인 나카라이 토스이를 기념하는 문학관이었다. 우리 입장에선 누구야? 라는 말이 나오지만 일본 내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한 문학가 라고 하며 오천엔 지폐의 모델인 히구치 이치요와 관계가 있어서 한때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히구이 이치요도 몇 년 안되는 짧은 활동기간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인기는 거의 없지만 일본에서는 나름대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러한 곳이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휴식과 수다가 아니겠는가? 일본에 도착한 이후 계속 다녔으니 잠시나마 쉬면서 즐거이 이야기를 나누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각자의 방식대로 휴식을 하는 중. 그리고 나는 이러한 풍경을 찍는다.


문학관의 대략적인 모습. 폐관시간의 임박과 이즈하라의 뻔한 관광코스로 인해 한국인들 천지다.


차를 타고 숙소로 가나 싶던만 기다리던(?) 쇼핑타임이 찾아왔다. 일본에 오기 전부터 샴푸와 린스가 필요했기에 더욱 반가웠다. 그리고 마트에 도착한 우리들은...... 각자의 목표를 찾아 각개전투 모드로 마트 곳곳을 누볐다. 이 때 나는 샴푸와 린스, 그리고 아버지께 드릴 이키지역의 술과 어머니께 드릴 일본 최남단 섬인 하테루마의 재료로 만든 사탕과 숙소에서 마실 물과 병맥주, 그리고 과자 2봉지를 샀다. 그리고 계산하는데 기계가 말을 안듣네???? 내가 일어로 야 와이라노? 하자 직원이 연신 죄송하다고 했다. 다행히도 기계가 정상이 되어 계산을 하고 금액을 봤는데 3200엔.... 원화로 환산하면 약 33000원 정도였다.


일본의 밤은 한국보다 빨리 찾아온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우리가 일본보다 30분 늦는데 국제 표준인 135도에 맞춰서 일본과 시간이 비슷하다고 한다. 참고로 동경 135도는 히메지 인근에 있는 아카시라고 하는 도시를 지나며 그 곳에 동경 135도가 지난다는 것을 나타내는 천문대가 있다고 한다.


차로 한참을 달려 도착한 숙소는 도시어부에 나왔다는 츠리노야라는 민숙(한국의 민박)이었다. 잠버릇이 심하고 특히 코골이가 지독한 나는 독방을 요청했는데 이게 그 독방이다. 지금은 방의 구조가 저렇지만 내가 임의로 구조변경을 하고 다음날 다시 복구했다. 이 곳의 큰 매력(?)은 수건을 준다는 점이었는데 그 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설상가상으로 베개가 지저분해서 그냥 베개커버로 사용했다.


오늘 너무나 고생한 나머지 술과 젓가락이 정신없이 왔다갔다 했다. 이미 테이블에 에비스 2캔이 보이고 해산물에 야키소바에 고기에........ 살 뺀다고 말했지만 사정없이 들어오는 먹거리에 결국 함락...... 몇몇 선생님들은 전반적으로 간이 세다고 했지만 내 입맛에는 담백하기 그지 없었다. 특히 야키소바........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글을 쓰다보니 다시 먹고싶다.


그리고 방에 돌아와 화장실 및 공용공간의 구조에 대해 설명을 듣고 샤워장에 가서 샤워를 한 후에 옆방으로 병맥주를 들고 가서(참고로 여선생님들 3분이 머무는 방이었다) 잠시 얘기를 하다가 피곤함이 찾아와서 방에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고 11시 30분 경에 잠자리에 들었다. 온돌이 아닌 온풍기 밑에서 자려니 대단히 곤욕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 방에서 봤다시피 화장실은 공용으로 샤용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반바지까지 입고 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따뜻한(?) 방에서 나오자마자 차가운 복도바닥에 정신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한옥과 온돌이 얼마나 대단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2편에서 계속.


12월 30일 수정 및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