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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가는 길(2) - 거제조선해양문화관(조선해양전시관)에 들리다.

북쪽의완행열차 2019. 1. 20. 15:38

이번 편은 앞에서 예고했듯이 기계덕후들에게는 천국이 될 수 있는 조선해양전시관(이하 조선전시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민속전시관에서 조선전시관으로 가면 있는 선박엔진에 대한 소개는 전편을 보시면 됩니다. 이번 편에 소개하고자 하는 조선전시관은 造船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수박물관의 성향이 강한 편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드릴쉽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계에 미친건 맞지만 어디까지나 육상용 기계일 뿐이지 선박용 기계는 육지와 공통되는 것을 제외하면 자세히 모른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 곳은 전시관을 1관, 2관이라 하지 않고 조선소의 작업 구역이라 할 수 있는 도크(Dock)로 나누고 있다. 지금은 개편 중인 철도박물관도 나중에 실내전시관을 1관, 2관이라 하지 말고 1호차, 2호차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1도크는 선박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기계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박이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 아는 것 또한 중요하리라..... 


우리민족(한민족)과 배. 솔직히 말하자면 조선시대 해금정책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사에 있어서 해양이 차지하는 비중은 신라의 수도인 금성(경주)에 서역인들이 와서 거주했을 정도로 상당히 높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배가 나온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지금도 결혼예물로 간혹 자동차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14세기 이태리(베네치아)에서는 갤리선의 일종인 부친토리선이 결혼예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시대 군함이었던 판옥선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비록 해금정책을 사용하여 일반인들의 해상진출은 금지시켰지만 바다 건너에서 오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판옥선의 경우에는 바닥이 평평해 회전반경이 크고 속도가 느리지만 안정적이고 돌격전에 유리했다고 한다. 참고로 당시 세금을 나르던 조운선도 판옥선 계통이었다는 점에서 판옥선의 무식한 적재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오면서 해금정책으로 인해 시대에 뒤떨어지게 되면서 일찍이 제한적 개항을 했던 일본에 해양주권을 점진적으로 빼앗기게 된다. 이후 남승호와 해룡호를 통해 선박 동력의 근대화를 추구하지만 20세기에 접어들면 일본이 한국의 바다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의 바다는 일본이 점령하게 되었다.


제 2도크인 조선기술로 가기 전에 잠깐 한 말좀 하고 가야겠다.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흔히 무능하다, 멍청하다와 같이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임진왜란 이후에 해당하며 임진왜란 이전에는 정치적인 혼란은 있었지만 문화적으로 봤을 때는 후기보다 더 앞섰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개국 직후인 세종대 까지는 조선시대의 전성기라 해도 될 정도로 안정적이었으며, 지금 우리가 쓰는 한글의 창제와 더불어 향후 조선의 기틀이 확립되었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면 조선이라는 나라는 왜 임진왜란 이후에 기울게 되었는가? 이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영역까지 들어가야 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임진왜란에 대한 책임론에서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다.

중앙의 상황이 이와 같이 개판으로 돌아가자 지방에서는 각종 명목으로 수탈하고 민중들을 착취하게 되는데 이 때 어민들의 부담은 그냥 죽는게 나을 정도로 심각했다고 한다. 특히 세금의 경우에는 그나마 기준이 있던 육지와 달리 해안가에서는 속된 말로 지방관 꼴리는 대로 적용했으며, 일반적 크기의 선박에 대한 세금이 고현에서는 1냥, 옥포에서는 면제, 장승포에서는 1냥5푼, 지세포에서는 2냥이 적용될 정도였다고 한다.

(참고로 필자는 대학원에서 경세유표의 선박세에 대해 발표를 한 경험이 있다)

이로 인해 어민들은 반농반어를 하거나 아예 농업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이로 이해 한국의 해양문화는 거의 말살 직전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이 학계의 중론이다.


역사에 대한 잡소리는 집어치우고 2도크인 조선기술에 대해 살펴보겠다. 여기서 나는 그만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을 뻔 했다.


선박의 경우에는 육상교통수단과 달리 물 속에 일정부분이 잠기게 되는데, 그로 인해 몇몇 용어들이 생소하거나 낯선 경우가 있다. 이러한 용어들을 이 곳에서는 아래와 같이 알기 쉽게 정리해 놓고 있다.


먼저 흘수의 경우에는 수면에서 배의 밑바닥까지의 수직 거리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흔히 배에 보면 뱃전에 숫자가 적혀 있는데 이게 흘수를 나타내는 선이라고 한다. 참고로 화물선의 경우에는 가득 실으면 흘수의 변동이 심한 경우도 있으며, 원유나 광물을 싣는 탱커의 경우에는 잠수함에 가까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


갑판에서 배의 바닥까지의 높이는 깊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크루즈선의 경우에는 이러한 깊이가 건물과 맞먹는 경우가 있다고 하며 카페리의 경우에도 몇 층에 이른다고 한다.


선수와 선미의 흘수 차이는 트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이처럼 선박용어는 육상과 다른 경우가 제법 자주 있다.


수면에서 상갑판 위가지의 수직 거리를 표현하는 견현이라는 용어.


배의 길이를 나타내는 전장(全長)이라는 말은 육상교통에서도 자주 쓰이기에 친숙한 편이다. 참고로 내가 이 날 장승포 갈 때 탔던 시외버스의 전장은 11.6미터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12미터급 차량에 비하면 작은 편이었다.


갑판간의 거리를 나타나는 전폭이라는 말도 나름대로 익숙한 편이다.


선박에 대한 용어를 숙지한 후에 한일중의 주요 조선소를 찍어봤다. 역시 조선강국 답게 한국의 조선소 숫자가 가장 많다. 이 중에 부산에 있는 한진중공업은 그 역사가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편이며 울산에 있는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자동차와 더불어 울산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이라 해도 될 정도다. 이 가운데 영암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을 제외한 대부분이 경남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남=조선업이라는 이미지가 생기기 않았을까. 참고로 일본의 경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코쿠 이마바리에 있는 이마바리조선과 미츠비시조선이 일본 조선의 중심축에 가깝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이마바리조선은 한국인들에게는 그런 곳이 있나? 라는 듣보잡에 가까운 업체였지만 최근에 부산~제주간 정기선인 뉴스타호의 전신인 오렌지8호를 만들었으며, 일본 내에서 굴지의 조선소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이쯤에서 한국 카페리선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한국선적의 카페리 가운데 대다수가 일제 중고선박을 개수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예로 앞에서 언급했는 뉴스타호는 중고선박이라고 사전에 보도를 했지만 목포~제주를 오가는 산타루치노의 경우에는 일본에서 한큐페리 소속의 페리 스오우라는 이름으로 1996년에 제작되었으며, 인천~대련(다롄)을 운항하는 비룡호의 경우에는 마루에이 페리 소속의 히류21호라는 이름으로 1996년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팔미도 관광선의 경우에는 일본 애니인 센티멘탈 저니 7화에 대놓고(!)나올 정도로 현재 한국 카페리 내지 여객선의 경우에는 이른바 철부선이라 불리는 자동차 겸용 여객선을 제외한 순수 카페리의 경우에는 중고선박 의존율이 높다는 점에서 과연 조선강국이라는 말이 맞나는 의문이 든다. 이에 나는 이렇게 정의를 하고자 한다. 강국은 맞지만 화물선 내지 특수선 전문이라고.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사견이므로 과격한 태클은 자제 바랍니다.)


점점 개소리가 심해지고 있는데 백날 개소리 해도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선박의 장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튼튼함이 강점이라고 한다. 솔직히 이건 나도 인정한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가볍고 강한 배도 있는데 흔히 FRP선 내지 쾌속선이 여기에 해당한다.


FRP선에 대한 내용. 솔직히 현재 유람선으로 쓰이고 있는 선박 대부분이 FRP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선박이다.


조선소를 이루고 있는 공장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한 척의 배가 완성되기 까지 여러 부분에서의 작업(도장, 철골, 조립등등)이 필요한데 조선소의 경우에는 큰 틀 안에 세부작업을 위한 작은 공장이 여러 곳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부분은 어떻게 보면 육상교통과 비슷하지만 육상교통은 한 공장안에 별도의 라인에서 생산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는 점과 비교했을 때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분도기는 뭐에 쓰는 물건입니까?


선박의 주요 기관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사람의 심장에 해당하는 주기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주기관의 기통 수가 높다고 해서 출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다음으로는 보조기관을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보조기관은 주기관과 다르게 선박 내부에서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화기관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사람의 하체에 해당하는 추진기를 소개하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현재 선박의 추진장비가 여러 가지임에도 불구하고 프로펠러 위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 프로펠러도 고정식과 가변식으로 나뉜다는 점.

 

추진장치의 경우에는 프로펠러식 이외에도 고속운항에 적합한 워터제트식이 있으며, 제트기의 기술을 차용하여 물 위에 띄우는 방식의 제트포일(수중익선)도 있다는 점을 밝힌다. 특히 워터제트식은 한때 거제도와 부산을 오가던 쾌속선에서 사용하던 만큼 설명이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흔히 터보장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터보차저.


45도 각도에서 봤을 때. 이 작은 장비로 인해 낮은 기통수임에도 불구하고 고마력 고출력 엔진이 탄생했다고 한다.


다양한 선박의 종류 가운데 무역에 주로 쓰이는 선박들인 화물선과 컨테이너선(이하 컨선). 부산에 살다 보니 이 두 종류의 배는 심심찮게 보는 편이다.


크랭크축과 피스톤. 이 녀석들이 돌아가면서 선박을 비롯한 교통수단들이 움직인다. 사진에 보이는 크랭츠축은 배치를 봤을 때 서로 마주보고 있다는 점에서 수평대향엔진이라 해도 되겠다.

피스톤과 커넥팅 로드. 흔히 피스톤, 실린더, 커넥팅 로드를 햇갈려 하는 경우가 있는데 위의 원통처럼 생긴 게 피스톤이고 피스톤 밑에 달린 막대기 모양이 커넥팅 로드라고 한다.


 크랭크 커넥트 샤우드. 그런데 샤프트가 맞지 않나??


앞서 소개했던 화물선, 컨선과 더불어 무역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선박이 벌크화물선과


다목적 화물선과 원유운반선이라 할 수 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원유운반선과 벌크화물선 둘 다 탱커 계열의 구조를 하고 있는데 원유운반선은 기름누출을 막기 위해 탱크의 벽을 여러 겹으로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경제수단으로서의 선박으로 어선을 소개하고 있다. 솔직히 어선이 경제수단이면 앞의 화물선은 뭐가 되나??? 그리고 어선이라 해도 막말도 통통배가 있고 원양이 있는데.... 차라리 경제수단이 아닌, 식량조달용 선박이라고 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생각된다.


3도크로 가기에 앞서 이러한 선종구별에 대해 비평을 하고자 한다. 선박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선만 경제수단으로서의 선박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된다. 이는 어선이 물고기를 잡아서 판매한다는 점에서는 경제수단으로서의 선박이 맞지만, 컨선이나 탱커에 비하면 그 소득이나 벌이가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특히 어선의 경우에는 연안어선, 근해어선, 원양어선으로 나뉘는데 연안어선의 경우에는 부부가 같이 생계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이런 경우에는 그날 잡은 물고기로 횟집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근해어선은 되야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수산물을 잡아 판매를 하는 경제수단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특히 고등어, 오징어와 같이 소위 돈 되는 생선은 거의가 배타고 몇 시간은 나가서 잡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보다 신중하게 소개를 했으면 한다.


3도크는 해양미래를 주제로 하고 있다.


해양탐사. 솔직히 해양탐사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탐사의 목적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해저유물이 자주 나오는 만큼 해저 발굴에 대해서도 소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중익선은 실현된지가 언젠데 해양미래관에다 전시하고 있냐.....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수중익선, 이른바 제트포일의 경우에는 최근에 들어와 점차 워터제트식으로 변경되고 있는 중이라고 들었다.


수중익선의 경우에는 현재 부산~대마도(히타카츠, 이즈하라)와 후쿠오카 항로에서 쓰이고 있지만, 후쿠오카 항로에 취역 중인 비틀은 몇 년 내로 워터제트식 쾌속선으로 변경될 예정이며, 대마도 항로에 취역 중인 코비의 경우에는 선령이 40년 넘는 노후선이라 할 수 있으며, 한 척이 쌍동쾌속선인 니나로 변경된 만큼 워터제트에 밀려서 점차 사양길로 접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당시로서는 물 위를 떠서 가는 만큼 멀미도 적고 쾌적했지만 최근에 건조되는 선박들을 보면 워터제트식임이도 불구하고 수중익선 못지않게 안정적인 경우가 많은 만큼 다시금 수중익선이 미래의 기술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시관을 다 보고 나오면 여러 종류의 프로펠러가 전시되어 있다.


사람의 생김새와 성격(내지는 싸가지)가 다양한 만큼 프로펠러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해양문화관을 다 보고 나서 구조라로 가기 위해 22, 23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가 시간에 맞춰 온 버스에 몸을 맡기고 구조라로 간다.

이번 편은 다소 자세히 다뤄야 하거나 씹어야 하는 부분이 조금 있어서 중간에 긴 텍스트가 많다는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박물관과 기계에 관심이 있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만 TMI로 나갔군요...... 하지만 할 말은 하는 성격인 만큼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에는 할 말 하겠으며 다른 의견이 있거나 잘못된 부분에 대한 댓글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